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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파인더는 좀 의외네요.”

 지부장은 무심히 고개를 들어 비서를 힐끗 바라보았다. 비서는 책상에 결재 서류를 끼운 파일을 내려놓으며 마찬가지로 무감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임무만 하러 온 줄 알았더니 그새 친구도 만들고. 원래 아는 사이 아니죠?”

  “누구, 플랑크톤? 아닐걸.”

지부장은 비서의 잡담에 적당히 대꾸하며 하던 일로 시선을 돌렸다. 비서는 서류 파일을 지부장의 눈앞에 밀어 넣었다. 지부장은 눈을 찡그리며 읽던 중인 서류를 덮은 파일을 옆으로 치웠다.

  “하긴, 그땐 모르는 사이 같았는데. 그 이후로 보러 온 적도 한 번도 없고. 그리고 이건 이번 ‘L’ 사태 보고서예요. 확인해 주세요.”

  “거기 두고 가.”

  패스파인더가 펄스 하츠의 나츠하시 지하철 테러 사건에서 또래 소년 사나다 유토를 각성시켜 구조했고, 그 소년은 지금 코드네임 ‘플랑크톤’을 달고 지부 협력 일리걸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은 이 지부 소속 에이전트 중에서는 지부장과 비서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패스파인더가 플랑크톤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어 보여 두 사람도 그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모르는 이들도 패스파인더가 플랑크톤에게만은 유독 관대하다는 사실은 알았다. 도쿄에서 파견 나온 ‘에이스 칠드런’ 패스파인더가 나츠하에서 만난 친구 플랑크톤에게 곧잘 휘둘리더라는 소문이 단순한 소문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되기까지, 지부장도 비서도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거, 어떻게 처리할지 오늘 중으로는 결정하셔야 해요.”

  “뭐가 그렇게 급해?”

  “리바이어선에게 올릴 보고서를 이제부터 정리해야 하거든요. 시간 없어요.”

  지부장은 혀를 차며 비서가 내려놓은 보고서 파일을 끌어다 열어보았다. 패스파인더와 플랑크톤이 한 팀으로 해결한 사건에 대한 종합 보고서였다. 지부장은 보고서를 눈으로 빠르게 훑으며 비서에게 손을 까딱였다. 비서는 지부장을 더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나가기 전, 겸사겸사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플라스틱 컵을 치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컵 안에 조금 남아 있는 노란 액체에서 시고 단 파인애플 향이 훅 올라왔다.

  “플랑크톤 왔다 갔어요?”

  “어떻게 알았냐.”

  “지부장실에서 이런 거 꺼내 먹는 애는 걔 하나밖에 없잖아요. 플랑크톤도 정말 아쉽겠어요. 패스파인더 옆에 딱 붙어서 졸졸 따라다니던데, 일 다 끝났으니 패스파인더는 도쿄로 복귀할 거 아니에요.”

문득 지부장의 입가에 비죽 미소가 떠올랐다. 비서의 눈썹이 의아하다는 듯 불쑥 솟았다.

  “지부장님?”

  “안 갈걸.”

  “누가요, 패스파인더가요? 왜요?”

  “걔네 꼬락서니를 봐라, 가겠냐. 플랑크톤이 쉽게 가게 둘 것 같지도 않고.”

  비서의 눈빛에 숨길 수 없는 의혹이 드러났다. 그녀는 지부장을 신뢰했지만, 그렇기에 그가 열여덟 살짜리 고등학생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비서가 보기에도 그 아이들이 짧은 시간 동안 유난히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친구가 좀 아쉬워한다고 해서 대뜸 살던 곳을 뒤로하고 임무 때문에 잠시 방문한 도시에 정착할 정도일까 싶었다.

  “설마요. 쉽게 가게 두지 않으면 뭘 어쩌겠어요? 그런다 해도 패스파인더가 아무 연고도 없는 나츠하에 눌러앉을 리가 없잖아요.”

  지부장의 입꼬리가 긴 호선을 그렸다. 그가 이 도시의 지부장이 된 이후로 보일 일이 드물었던 즐거움이 만면에 피어났다.

  “내기할래?”

  “패스파인더가 도쿄로 돌아갈지, 안 갈지요?”

  “그래. 난 플랑크톤이 잡으면 안 간다는 쪽에 걸지. 넌 어떡할래?”

  비서는 지부장을 신뢰했다. 특히 그의 지는 법 없는, 도박사로서의 재능을 믿었다. 그렇기에 그가 이만한 자신감을 보일 때는 무언가 근거가 있다는 것 또한 알았다. 물론 지부장이 플랑크톤은 몰라도 패스파인더와는 꽤 오랜 기간 친분이 있다는 점―지부장도, 패스파인더도 그 친분을 부정했지만―또한 지부장의 자신감을 의심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같은 쪽에만 걸면 내기가 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패스파인더가 플랑크톤을 뿌리치고 도쿄로 돌아간다’라는 쪽에 걸겠다고 대답했지만, 자신이 이기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비서는 다음날 ‘패스파인더’ 치카베 시온이 UGN 일본 지부에서 나츠하시로 소속 변경을 요청했을 때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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