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TURE
딱, 딱, 경쾌하게 손가락을 맞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이어 탭댄스 스텝 밟는 진동이 일사불란하게 분위기를 띄운다. 그 박자에 맞춰 재즈풍 전주가 시작된다. 트롬본이 리드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따른다. 느릿한 도입부로 출발한 서곡은 하이라이트로 치달을 때까지 점차 빨라지다가 가면을 바꿔 쓰듯 다시금 속도를 낮춰 묵직하게 현을 긁는다. 음악이 잦아들 무렵 곡의 형식은 일견 장엄한 장송곡을 닮아 있다.
S#1 RED I
막이 오르자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소란은 사이렌처럼 날카롭게 울리다가 이내 윙윙거리는 벌떼의 행렬과도 같은 질서정연한 휘파람 소리로 변모하더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볼륨을 낮추기라도 한 듯 서서히 가라앉는다. 정적이 내려앉은 무대 위로 붉은 핀 조명이 한 남자를 비춘다.
S#2 YELLOW I
조명이 닿은 곳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 반투명한 안개 장막이 드리운다. 온 세상이 숨을 죽인 와중에 남자는 자신의 코앞에서 아른거리는 빛의 편린만을 끈질기게 응시한다. 남자가 처음으로 맛보는 대기의 향을 만끽하려는 사람처럼, 혹은 폐병쟁이가 터뜨리는 사지에 대한 불만 어린 기침처럼 급한 숨을 내쉰다. 그가 눈꺼풀을 느리게 덮었다가 들어 올려 안구 표면을 매끄럽게 코팅하고 나면, 그의 새카만 망막에 폭죽이 터지듯 황금색 화뢰가 만개한다. 남자는 수륜을 타고 미끄러져 살랑거리는 황금빛 꽃잎의 춤사위에 완전히 매혹되어 최면에 빠진 듯 무구한 낯을 한 채로 환하게 웃는다. 그 순간 다시 조명이 사라진다. 여린 한 줄기 빛이 하늘에 뜬 샛노란 달을 비추고, 군중의 가쁜 숨소리가 무대를 채운다. 긴장이 고조된다.
S#3 RED II
돌연 침묵을 깨고 경쾌한 전주가 흐르면 색색의 조명이 일제히 무대를 비춘다. 라틴풍의 선율에 맞춰 젊은이들이 붉게 칠해진 무도회장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젊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과 짝을 지어 맘보춤을 춘다. 그들은 열정이 넘치고 우수에 찬 표정으로 스텝을 밟으며 서로를 실컷 탐색하지만, 무도회장 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기라도 한 듯 묘한 경계가 일렁인다. 도시의 노동자 계급 출신들이 모인 고스트 파와 이민자들로 구성된 페어리 파가 한 장소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 이 신경전의 원인으로, 그들은 암묵적으로 갈라놓은 서로의 구역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하다가도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서로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렇게 반감과 정열 사이에서 춤이 절정에 이르고 있을 때, 한 청년이 무도회장 안으로 어색하게 들어온다.
청년은 하카란다 색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말쑥한 정장을 걸쳤으나 왼쪽 눈가를 가로지르는 긴 흉터 때문에 꼭 파티를 망치러 온 흉악한 악당처럼 보인다. 청년의 이름은 호손이다. 호손은 고스트 파 리더의 절친한 친구로, 한때 갱단 활동에 열심이었으나 지금은 손을 털고 거리의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마담의 카페에서 일을 돕고 있다. 원래라면 오늘 밤도 이 자리에 서 있는 대신 카페의 카운터를 닦고 있어야 하지만, 페어리 파와의 결투에서 힘이 되어달라는 오랜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이기지 못하고 무도회장에 걸음했다.
막상 안까지 들어오긴 했으나 호손은 어정쩡한 낯으로 애꿎은 뒷머리만 매만지며 춤에 푹 빠진 젊은이들을 이리저리 피해 친구를 찾아 헤맨다. 호손은 춤을 썩 좋아하지 않거니와, 번잡한 내부의 인파에 벌써 질려 이 북적이는 곳에서 스텝을 밟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저 얼른 친구를 찾아 결투의 증인이 되고 난 후 카페로 돌아갈 생각뿐이다. 정신없는 프릴 드레스 치마의 물결 속에서 좀처럼 친구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며 뒷걸음질 치던 호손은 예기치 못하게 한 아가씨와 부딪힌다. 그 반동에 상대의 몸이 기우뚱 휘청이고, 호손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허리에 팔을 휘감아 지탱해 준다. 드레스 허리에 두른 붉은 새틴 리본이 공중에 가볍게 펄럭인다. 음악이 뚝 끊긴다.
S#4 YELLOW II
스크린이 한 겹 내려앉는다. 황금빛 달 한 쌍이 그믐이 될 정도로 가늘게 찌그러졌다가, 다음 순간 둥근 보름달보다도 휘영청 크게 뜨인다. 힘에 떠밀려 바닥에 볼품없이 나동그라지는 대신 낯선 남자의 팔에 안기게 된 아가씨가 눈을 동그랗게 깜빡여 상대를 응시한다. 아가씨가 입은 흰 플레어 드레스의 치맛자락이 나풀거리며 폭포수처럼 굽이치고는, 끝으로 갈수록 희어지는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칼 아래 포개진다. 이 고혹적인 아가씨의 이름은 리아트로, 페어리 파 리더의 하나뿐인 동생이다. 리아트의 오빠는 동생을 자신의 오랜 친구와 짝지어주기 위해 이 무도회장에 초대했다. 리아트도 그걸 알지만, 어째서인지 불쑥 나타난 눈앞의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첫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인 외형을 지닌 것도 아닌데 마치 리아트 내면의 불꽃을 당긴 것처럼 숨이 막힐 듯 아찔하면서도, 나비를 한 움큼 풀어 날려 보낸 것과 같이 외면할 수 없게 범람한 강렬한 감정에 휩싸인다. 둘이 그렇게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남자가 먼저 입을 연다.
호손: 거짓말.
리아트: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호손: 내 말은, 미안. 너한테 한 말이 아니야. 그냥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넌 요정이야?
리아트: (엉뚱한 물음에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난 사람이야.
호손: 그렇다면 내가 알던 사람은 아니야. 넌 꼭 요정같이 생겼어.
리아트: (재차 웃는다.) 너도 내가 알던 사람은 아니야.
호손: 그럼 이건 함정이야?
리아트: 내가 뭐 하러 이런 함정을 파?
호손: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어. 운명이 이렇게 친절할 것 같지는 않은데.
리아트: 그럼 오늘 밤은 행운이 키를 쥐고 있는 거겠지.
다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번엔 아주 부드러운 악곡이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어느덧 무대 위에는 호손과 리아트 둘만 남는다. 잔잔한 노란 조명이 두 사람을 비춘다. 불현듯 이상한 용기가 솟아올라 호손은 리아트에게 손을 내민다.
호손: 네가 낯선 사람과 춤을 추는 것도 내 행운에 포함될까?
리아트: (미소를 짓는다.) 보면 알겠지.
리아트가 망설임 없이 호손이 내민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천천히 스텝을 옮기기 시작한다. 느린 곡조에 맞춰 신중하게 시작된 춤은 음악과 함께 점점 빨라지다가, 이윽고 거세게 뛰는 심장과 거의 같은 속도로 쾅쾅 발을 구른다. 춤을 추는 내내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시선을 한시도 떼지 않는다. 맞닿은 시선에는 벌써 연인들이나 주고받을 법한 비밀스러운 신호가 담겨 있다.
호손: (호흡이 떨린다.) 넌 너무 아름다워.
리아트: (혼잣말하듯.) 이만큼 완벽한 순간이 또 있을까?
호손: 이름이 뭐야?
리아트: 리아트. 너는?
호손이 미처 답을 하기 전에 뒤에서 나타난 리아트의 오빠가 리아트의 이름을 거칠게 부른다. 리아트의 오빠는 호손을 사납게 노려보고는, 리아트의 손목을 붙잡아 무도회장 밖으로 끌고 나간다. 호손은 그저 마법이 덜 풀려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떠나는 리아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본다.
호손: (독백한다.) 리아트, 리아트. 이름이 꼭 멜로디 같아.
S#5 RED III
무대장치가 회전한다. 무도회장에서 나온 호손이 몽롱한 기분에 젖어 걷고 있다. 그의 뒤로 언뜻언뜻 고스트 파와 페어리 파의 모습이 비친다. 두 갱단의 리더는 기어코 서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다. 충돌이 번지며 증오가 넘실거리고, 붉은 조명이 터지듯 점멸한다. 경찰차 사이렌이 두 갱단을 몰아붙이듯 높은 경고음을 낸다. 그러나 호손은 계속해서 걷는다. 그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리아트에 대한 생각뿐이다.
S#6 YELLOW III
호손이 달을 보며 걸음을 세운다. 회전하던 무대가 멈추고, 주먹질하던 고스트 파와 페어리 파가 무대 뒤로 퇴장한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연주된다. 호손은 이제 리아트의 집 앞에 있다. 샛노란 달이 호손에게 마법을 걸어 그녀를 찾으라고 속삭인다. 호손의 귓가에 자신의 맥박 소리가 들린다. 호손이 팔을 들어 가슴 깊은 곳에서 술렁거리며 현을 튕기는 사랑의 찬가를 지휘해 본다. 그가 더는 참지 못하고 멜로디를 입에 담는다.
호손: 리아트, 리아트!
리아트: 쉿! 잠시만.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리아트가 발끝을 들고 살금살금 발코니로 걸어 나온다. 리아트의 흰 잠옷 원피스 자락이 종아리에 스쳐 서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리아트는 다소 긴장하고 불안한 낯이지만, 그럼에도 얼굴에 한가득 퍼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리아트가 발코니에 살포시 걸터앉자 단숨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호손이 철제 난간에 허리를 기댄 채 손을 뻗어 리아트의 뺨에 자신의 손을 포갠다. 떨리는 시선이 오가고, 둘의 입술이 서서히 겹쳐진다.
호손: (고개를 기울인다.) 호손이야. 내 이름.
리아트: 호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커튼이 쳐진 창문을 훑는다.) 오빠가 알면 큰일 날 텐데.
호손: (결심한 어조.) 조만간 정식으로 허락받으러 갈게.
리아트: 무조건 반대할 거야. 너희랑 사이가 안 좋잖아.
호손: 난 한때는 그들 중 하나였지만, 이젠 아니야. 난 더는 싸움을 찾아다니지 않아. 다툼에는 지쳤어. 난 카페에서 일해.
리아트: (암울하게 고개를 젓는다.) 오빠가 조만간 너희 쪽이랑 붙어본댔어. 둘의 사이가 이대로라면 우리 관계도 위태로울 거야. 막아줄 수 있어?
호손: 네가 원한다면 시도해 볼게.
리아트: (소리 죽여 웃는다.) 근데 카페에서는 무슨 일 해?
호손: 서빙하고, 커피도 내리고, 가끔 피아노도 쳐.
리아트: 피아노 칠 줄 알아?
호손: 어머니한테서 배웠거든.
리아트: (맑은 웃음소리를 낸다.) 다음에 꼭 들려줘. 약속해.
호손: 알았어. 약속할게.
호손이 리아트가 세운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고개를 끄덕인다. 곧이어 리아트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춘 호손이 다시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호손이 내려앉은 골목은 어둡지만, 밝은 달이 줄곧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발코니 난간을 쥔 리아트가 호손이 가는 뒷모습에 대고 작게 소리친다.
리아트: 호손!
호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본다.) 리아트?
리아트: 다음부턴 리아라고 불러도 돼. 그리고, 약속 절대 잊지 마.
호손: 그럴게, 리아.
환하게 웃은 호손이 소심하게 손을 흔들고 밤거리로 퇴장한다. 노란 달빛이 사랑에 빠진 아가씨의 어깨 위에 올라타 다정하게 정수리를 쓰다듬는다.
S#7 RED IV
붉은 조명을 받으며 호손이 폐를 쥐어짜 다시금 밭은 숨을 뱉는다. 노란 달은 바로 그의 눈앞에 있다. 희고 긴 꼬리를 가진 유성우 몇 개인가가 쌍둥이 달의 표면에서 끊임없이 추락해 대지를 두드린다. 자신을 감싸안은 팔이나 두드리는 손길이 너무나 따뜻한 나머지 허파가 헛헛해져 호손은 가슴에 손을 얹는다. 새빨간 조명이 가슴에서 그의 손으로 옮겨붙는다. 호손의 옷은 이미 피투성이다.
호손: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리아.
호손은 실패했다. 고스트 파와 페어리 파는 끝내 격하게 충돌했으며, 그들만의 전쟁을 벌인 끝에 페어리 파의 리더가 고스트 파의 리더를 죽였다. 호손의 만류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오직 사랑에만 한눈 팔린 청년이 코앞의 해묵은 원혐을 직시 못한 탓이었다. 그 대가로 친구와 더불어 이성을 잃은 호손은 충동적으로 페어리 파의 리더를 살해했다. 손에 연인의 가족의 피를 묻힌 호손은 애통하게 길거리를 방황하다 리아트에게 돌아가 죄를 고해했다.
호손은 최악의 방식으로 자신의 영혼을 죽여 땅에 묻으려 했다.
그러나 리아트는 자신의 원수가 된 호손을 사랑의 법률에 따라 용서했다.
둘은 모든 걸 뒤로 한 채 멀리 떠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지금 호손은 리아트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서 분노한 페어리 파 리더의 친구가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자꾸만 빠져나가려는 숨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 사랑스러운 한 쌍의 달을 똑바로 바라보기엔 자신이 행한 일이 너무도 부끄러워 면목이 없었던 탓에 호손은 검은 시선을 비탈길 위에 내려놓는다.
호손: 연주…… 꼭 들려주고 싶었는데.
리아트: 잠들지 마. 약속 잊지 않겠다고 했잖아. 지키겠다며.
호손: 정말 미안해, 리아. 미안해…….
여린 피아노 소리가 무대 주변을 맴돌다가, 호손이 마지막 숨을 내뱉자 뚝 끊어진다. 주변에 자리한 고스트 파와 페어리 파 모두 묵념하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마침내 붉은 조명이 꺼진다. 캄캄한 무대 위 리아트의 비통한 울음소리만 남는다.
S#8 YELLOW IV
조명이 켜지면 노란 달이 불 꺼진 카페 내부를 비춘다. 리아트가 홀로 낡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달빛은 여전히 리아트를 수호하듯 둥근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리아트: (독백한다.) 이제 싸움은 없을 거야. 모두 약속했어. 더는 증오도, 복수도 없을 거라고. (잠시 심호흡한다.) 누구든 피를 흘리는 일도.
리아트가 건반 하나를 살며시 눌러본다. 낡은 피아노는 답하듯 나직한 음을 낸다.
리아트: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 네 연주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네 친구들에게서 들었어. ……언젠가 꼭 너와 같은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올까?
리아트가 건반 몇 개를 연달아 누른다. 리아트가 한 손으로 더듬더듬 훑어 뚝뚝 끊기는 음정에 맞춰, 어둠 속 어디선가 답하듯 건반음이 울린다. 단순한 음이 곧 화음으로, 화음이 곧 멜로디로 변하더니 피아노 선율이 와르르 쏟아져 흘러나온다. 피아노에서 손을 뗀 리아트가 눈을 감는다. 달에 이끌려 출렁이는 물결처럼 피아노가 만드는 구슬픈 음악이 무대에 한가득 밀려온다. 다감하게 위로하듯, 진심 어린 사죄를 표하듯, 태풍과도 같이 요동치는 애정을 고백하듯 한없이 애절하게 폭주해 몰아친다.
따스한 폭풍우처럼 거세게 진동하던 멜로디가 이야기를 맺는 화음을 두드린다. 음악이 서서히 잦아들고, 조명이 흐려진다. 달빛은 마지막까지 리아트를 바라보다가 구름 뒤로 몸을 숨긴다. 그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리아트가 낡은 피아노의 뚜껑을 덮는다. 리아트는 미소 띤 낯으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리아트: 안녕, 호손.
조명이 완전히 사라진다. 암전.
막.
CURTAIN CALL
“언젠가 다시 널 찾아갈게. 그땐 꼭 둘이서 멀리 떠나자. 못 가본 곳들을 전부 여행하는 거야.”
“한 번만 더 믿어볼게. 이번엔 절대 약속 어기지 마. 그럼 정말 용서 안 할 거니까.”